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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Haute ecole des arts du Rhin

2022년도 스트라스 아르데코 1학년 한국인 유일 합격생 후기

​스트라스 1학년 합격생 후기

대망의 스트라스부르! 여기는 교수님들이 세상 친절하셨습니다.

총 세 분이었는데 할아버지는 말없이 보기만 하셨고 두 분이 이리저리 반응하고 질문해 주셨습니다. 학교 사이트에는 분명 면접이 세 파트로 나눠지고 5분간 뭐에 대해서 얘기할 거고 blabla~장황하게 써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접 시작하니까 자기소개하고 거의 끝까지

제 작업과 ppt만 보여드리고 마무리했습니다.

조금 당황해서 계속 je continue? On va voir la suite? 했지만 oui oui, on a encore quelques minutes 하면서 계속 봐주셨습니다.

설명하는 내내 계속 웃으면서(왠지 모르겠지만 거의 웃참) 제가 보여드리는 자료,

작업들을 엄청나게 좋아해주셨어요.

기린 미끄럼틀 사진을 보고 이거 공룡 아니야? 어른들이 장난으로 거짓말했나 보네~

같은 농담도 던져주시고,

original, interessant, superbe라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아 그리고 면접 통틀어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어떤 주제 관심 있어, 우리 학교 오면 어떤 작업하고싶어’ 라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당황해서 더듬더듬하긴 했지만, 적당히 대답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면접을 끝내려 하더라구요?

영혼을 갈아 넣은 제 필기 과제랑 언어 시험 언급도 않았는데…

너무 궁금해서 필기 과제 읽어봤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리저리 설명해 주시는데

결국 또 칭찬해 주시고 끝났습니다. 이렇게까지 분위기 좋고 편안한 면접은 처음이었어요.

~면접 유의 사항~

l 면접에서 Est-ce que je pourrais me presenter avant de commencer l’entretien en quelques minutes? 했을 때 다들 항상 반기셨습니다.

자기소개 준비하고 설명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l 포폴 없이 문답하기도 하지만, 화면공유로 포폴을 보여드리기도 합니다. 이때 차라리 포폴 설명을 위한 자료를 보여드리세요.(PPT, 작업노트, 전시회노트 등)

l 시작 전에 불어 말하기와 듣기를 잘 pratiquer하세요. 일상 언어가 아니다 보니 워밍업이 필수적이더라구요. (교수님 질문 못 들으면 분위기 싸해져요…)

l 보통 Parcours를 중요시합니다. 전 평범하게 일반중, 일반고 졸업하고 포폴만 준비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전시회와 미학, 미술사 및 문학, 철학 등 도서를 읽으며 작업했다고

적당히 둘러댔습니다.

l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원한 학교를 많이들 물어보셔요. 뭐…한두 군데 얘기하니까 끄적끄적하시고 넘어갔습니다.

l 레퍼런스 작가들 주로 프랑스인이 좋긴 하지만 자기 작업이랑 맞는 작가를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프랑스인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지만, 주제나 스타일이 안 맞으면 의문을 제기하시더라구요. 물론 그래도 주로 살아있는 현대 프랑스 작가 위주로… 아 그리고 학교 성향에 맞게 얘기하는 것도 좋아요.

l 제 경우 모두 면접에 집중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리얼 먹거나 하품하는 교수님 있으면 그냥 개념이 없구나~ 생각하고 쿨하게 무시하세요. 차라리 입학해서 그 교수님 안 만나면 된다는 마인드로. 너무 긴장하거나 당황하지 마시고…

l 교수님마다 다르게 어떤 분은 tu하고 어떤 분은 vous하는데 전 무조건 vous로 답했습니다. 프랑스 원어민 선생님께 이게 맞냐고 여쭤보니 ‘Bien sur, 교수님들한테 vous etes 얘기!’ 라고…

​아뜰리에 아벡누 수업 후기 

저는 이전에 다른 학원을 1년 조금 넘게 다니다가 아뜰리에 아벡누를 찾아왔습니다.

다른 자잘한 이유가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진행이 너무 더뎠기 때문입니다.

저의 성향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외의 문제들도 있었으며,

학원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학원을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 기성쌤이 맞이해주시며 상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원 시설, 운영 방침, 당시 포트폴리오의 상태, 입원 이후의 계획 등,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시고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학원 선택에 대한 결정적인 계기는 2명의 선생님이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하신다는 것

수업 시간 중 개인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점 (5-7시), 그리고 수업 외의 시간에도 작업할 수 있다는 점 (수업 이후와 금,토)이었습니다.

학원에는 에어컨 및 히터와 냉장고, 프린터(중요) 등 여러 물건이 갖추어져 있고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 색연필, 가위, 종이, 스티로폼 등 작업을 위한 미술용품도 여럿 있습니다.

그 외에 필요하다면 걸어서 5분 거리의 대형 문구점에 갈 수 있습니다.

학원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라고 하면, 우선 선생님들이 항상 옆에 계신다는 점입니다.

부르면 언제든지 도울 수 있도록 학생과 함께 머물러 계셨습니다.

두 분이 계시다보니 운영 시간이 길어져도 교대 시스템을 통해 선생님을 계속 부를 수 있었습니다.

한 분이셨더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보통 학원 특성상 계속 도움 받긴 힘든데도, 선생님이 끼니도 거르시면서 봐주셨습니다.

거기에 더해, 휴일에도 기성쌤한테 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진짜 진짜 구체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글, 사진, 인터넷 서칭 등 정보를 보내주시며) 휴일에도 도와주시는 기성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ㅠㅠ

그리고 또, 제가 작업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제 뇌가 메말라 있을 때면 정말 정말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 (생소하지만 유명한)을 알려주시고 작업에 대해 여러 제안을 던져주셨으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때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작가 서칭은 특히 중요한데 면접 때 교수님들께서 어떤 예술가 좋아하는지 매번 물으실 정도입니다. 선생님들이 작가 연구를 위해 따로 엄청난 두께의 파일 (A4에 프린트해 만든 모음집)을 만들어 보여주십니다.

개성 넘치면서도 학생 스타일에 맞는 작가를 자주 소개해 주십니다.

다음으로, 아벡누에는 개인 상담 시간이 있습니다. (한시도 쉴 수 없는 선생님들..) 

5~6시 또는 6~7시 중 원하는 시간을 정한 후, 각자 궁금한 바에 관해 묻고 상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업의 구상, 개념이나 구체적 제작에 관해 얘기하기도 하지만, 유학에서 있을 일

(행정, 학교생활 등)이나 진로의 전체적 윤곽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입학시험 기간(concours d’entrée)에도 학원을 다녀서 시험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들과 함께 머리를 거의 쥐어짜듯 싸매며 고민했습니다.

덕분에 퀄리티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옆에서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합격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저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목요일에 모의시험과 누드 크로키 시간을 가집니다.

몇 번을 봐도 당혹스러운 주제들을 받고 나면 상당히 난감해지지만, 덕분에 새로운 방법으로 작품 창작에 접근할 수 있었고 시험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었습니다.

꼭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라도 시도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누드크로키는 할 때마다 너무 어려워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30초, 1분, 5분, 10분의 제한 시간을 두고 대상을 묘사하는데, 저는 손이 너무 느린 편이라 짧은 시간에 맞춰 그리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한두 번 해보고 나면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 1년 정도 다니다 옮기는 것이 쉬운 선택은 전혀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늦었어도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느 학원에 가도 크고 작은 문제는 있겠지만, 자신과 학원이 합을 잘 맞추지 못하고

계속 힘들어할 바엔 차라리, 어렵더라도 그 결정을 밀고 나가는 게 본인에게도 합격을 위해서도 나은 것 같습니다.

시험을 8~9개월 앞둔 상황에서 아벡누에 찾아와 스타트를 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주말마다 작업을 나오면서 시험 기간엔 매일 막차를 타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정말 그 모든 일들이 엊그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한데…

벌써 2022년의 절반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후기를 마치며 이 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지금 너무 힘들어도 다음 순간은 결국 오고, 인생이든 지금 하는 일이든 진행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엄청 멘탈이 불안정한 유형의 인간이라 정신 상태가 안 좋아지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됩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옆에서 계속 도와주셔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 해보면, 조금 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차분히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작업하는 순간에도 계속 시간에 쫓겨 다음을 생각하며 조급하게 진행하고,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면서도 다른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걱정하며 스스로를 닦달했습니다.

어떻게 하더라도 현재 자신의 지식과 정보, 돈과 시간 등 현실적 조건과 상황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진심으로 다하고, 또 즐기면서 그저 받아들이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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